그림이 있는 시 - [산문시 1] / 신 동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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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시(散文詩) 1 ] --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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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 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 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
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
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
은 훤하더란다.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
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
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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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엽(1939-1961년)은 부여에서 출생.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조선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대표 작품으로는 시집 『금강』, 『신동엽 전집』, 시선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등이 있음.
<월간문학>, 1968년 11월 창간호
<신동엽 시전집>, 창작과비평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