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연(Irene) 부동산
쥴리 손 (Julie Son) -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 (Re/Max Professionals)
샘 마(Sam Ma) 위니펙 부동산 리얼터
Buy & Sell
Min ByungGyu 공인회계사
신민경 부동산
네이션웨스트 보험 - 마틴권
데이빗 최(David Choi) 위니펙 부동산 리얼터

 
감동/웃음/슬픔/지혜/음악/문학 이야기방

 

♣ 글은 글쓴이의 인품을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답글은 예의와 품위를 갖추어 써주시기를 바랍니다. ♣

♣ 이민, 유학, 현지 정착에 관련된 질문은 해당 게시판에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곳은 카테고리에 있는 것처럼 감동/웃음/슬픔/지혜/음악/문학 등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입니다. ♣
♣ 상업적인 광고는 발견시 임시게시판으로 옮겨지며 문의는 kosarang@gmail.com 으로 연락바랍니다. ♣

♣ Ko사랑닷넷 광고안내 보기♣

  

 

 

 

 

아내에게

작성자 정보

  • 푸른하늘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line_img01.gif
logo.jpg
top_menu04.gif
main_img4.gif
line_bar01.gif
   music_icon.gif배경음악 : Steve Barakatt - I'm Sorry music.gif  
line_bar02.gif
line_bar01.gif
  아내에게  
line_bar03.gif
 

1_1169_1.jpg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테니깐."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 새벽편지 가족 -


---------------------------------------------


아내를 떠나보낸 절절한 심정이
이 새벽 우리 가슴을 아릿하게 파고듭니다.
아내... 남편...
보통 인연으로 만난 사이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마음, 제껴두지 마십시오.
지금 더 사랑하고 더 아끼세요.


1_1169.jpg


- 곁에 있는 이 순간, 가장 잘해줍시다. -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259 / 1 페이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본부 벽…
    등록자 푸른하늘
    등록일 02.15 조회 656

    감동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당신이 친절을 베풀면 사…

  • 조쉬 그로반(Josh Groban) - O Holy N…
    등록자 푸른하늘
    등록일 12.25 조회 990

    음악 이야기 O Holy night, The stars are brightly shiningIt is the night of our dear Savior's…

  • 건강을 위한 지혜 - 노화를 늦추기 정말 쉬운 방법 '…
    등록자 KoNews
    등록일 12.07 조회 863

    건강 이야기 노화는 다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체근육 쇠약이 생각보다 더 빨리 진행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르면 50대부터 관찰…

  • 김광진 - 편지
    등록자 푸른하늘
    등록일 10.15 조회 918

    음악 이야기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It seems that this is the end. I will now turn away. 억지 …

  • 전체 인구의 4%, 사람 25명 중 1명은 "소시오패스…
    등록자 푸른하늘
    등록일 10.15 조회 959

    건강 이야기 양심이란 무엇일까요? 한 줄로 정리하면 다른 사람에 대한 애착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기본적인 의무감으로 사람으로써는 반드시 가져야할 마음입니다.…

  • 패티 페이지(Patti Page) - 테네시 왈츠(Te…
    등록자 푸른하늘
    등록일 07.22 조회 3374

    음악 이야기 패티 페이지(Patti Page) - 테네시 왈츠(Tenesee Waltz) I was dancing with my darling to the …

  • 정치에 관한 일부 용어들 정리
    등록자 KoNews
    등록일 07.16 조회 3146

    생활 이야기 선거철만 되면 어떤 정당을 선택할 지 혼동을 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정당들의 정책과 후보자의 중점 관심사항들을 알아 지지를 할 것인지 반대할 …

  • 연구원들은 하루 1만 걸음(10,000 steps)이 …
    등록자 KoNews
    등록일 06.08 조회 2420

    건강 이야기 하루 1만 걸음(10,000 steps) – 그것은 피트니스 추적기 제조업체들(manufacturers of fitness trackers)이 …

  • 1919년 5월 15일 위니펙 총파업(Winnipeg …
    등록자 KoNews
    등록일 05.14 조회 3595

    역사 이야기 1919년의 위니펙 총파업(The Winnipeg General Strike)은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파업(strike)이었습니다. 1919년…

  • 펭귄 효과 [Penguin effect]
    등록자 자작나무숲
    등록일 03.10 조회 2863

    생활 이야기 펭귄 효과 [Penguin effect] 펭귄 효과는 어떤 제품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다가 주위의 누군가가 사게 되면 선뜻 구매대열에 합류하게…

  • 비전문직 중상 급여 예상 톱 20 전공 ; Top 2…
    등록자 자작나무숲
    등록일 03.09 조회 2862

    교육 이야기 전문직종을 제외한 비전문직종 가운데 2016년 이후 소득 기준 톱 20 를 기록한 직업과 연관된 전공과목 입니다. - 조사 기관이나 조사 방법등…

  • 다른 문화 출신자간 영어 의사 소통 기술 10가지 Cr…
    등록자 자작나무숲
    등록일 02.18 조회 3419

    교육 이야기 수많은 종류의 영어가 공존하면서도, 세계 공용어로서의 새로운 영어에 대한 모색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21세기에는 종전과는 다른 의사소통 기법이…

  • 파이어 족 (Fire 族)
    등록자 자작나무숲
    등록일 02.18 조회 2158

    생활 이야기 파이어족(Fire+族,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

  • 그림이 있는 시 - [다림질]/ 김지호
    등록자 자작나무숲
    등록일 02.13 조회 2245

    문학 이야기 다림질 김지호 구겨진 주름을 편다 때묻어 얼룩으로 피어나는 삶의 그늘도 편다 고단한 일상의 등짐 피곤으로 접혀진 아침도 편다 펴고 또 펴면서 솔…

  • [무엇이 성공인가] - 랄프 왈도 에머슨
    등록자 자작나무숲
    등록일 01.12 조회 2527

    문학 이야기 [무엇이 성공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알립니다]
** Ko사랑닷넷의 광고는 광고주의 요청에 의해 작성/광고되고 있으며, 광고내용에 대해 Ko사랑닷넷은 어떠한 보증도 하지않습니다.
** 광고에 따른 모든 거래는 본인 책임 아래하시기 바라며, 분쟁발생시 광고주와 소비자간에 직접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 허위광고나 부당한 거래가 있으면 kosarang@gmail.com 으로 연락을 주시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