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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시 - [저녁의 표정] 홍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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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표정 ] - 홍일표
아직 끝나지 않은 어제의 노래
둥글게 뭉친 눈덩이를 허공의 감정이라고 말할 때
돌멩이 같은 내일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
깊게 파인 공중에서 밤이 태어나고
눈덩이의 부피만큼 훌쭉해진 허공은 너무 질겨서 삼킨 사람이 없다
바삭거리던 나뭇잎이 공중에 몸을 밀어넣을 때
저기 새가 날아가네
서쪽으로 기운 나무는
그것을 천 개의 손가락을 가진 바람의 연민이라고 말한다
바람이 남긴 죽은 새들과 함께
수런수런 모여드는 저녁
남은 허공을 쥐어짜면 새들의 울음이 주르르 흘러내리기도 하는
여기는 바닥에 노래가 새겨지지 않은 곳
표정 없이 자전거 바퀴살에 감겨 헛도는 하늘처럼
<매혹의 지도>, 문예중앙,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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