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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시 - [시월] / 공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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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작나무숲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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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공 석 진 



여름 내내 잠복해 있던 

그리움을 앓는 거겠지 

고열로 단풍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물처럼 아픈 잎새 뚝뚝 떨어지는데 

어쩔거야 

나 하나쯤 잠시 자리를 비운들 
  


사는 게 급급하여 

이까짓 변화쯤 

몸 사려 참지를 못하고 

숨막히게 난방을 해대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낭만은 

을씨년스러운 찬바람에 혼절하였다 


  
붙잡지 마라 

마침내 나는 떠나리 

집요하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빗발치는 아우성을 

은행나무 밑 벤치에 앉혀 놓고 

침묵으로 까맣게 채색하는 

단호한 망각의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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