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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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를 볼 때마다 드는 느낌이 있다.
안쓰러움 보다 반가움의 느낌이다.
봄의 신록과 여름의 진록을 거쳐, 가을의 황홀함을 벗어 던진 나목에서 더 깊은 진중함을 느낀다.
가벼워진 몸에서 오히려 존재의 무거움을 느끼는 '나', 아마도 그만큼의 겨울을 겪었기 때문일거다.
손톱만한 잎 하나 남기지 않고 지난 계절의 영광과 부러움을 훌훌 벗어 던진채 꽁꽁 얼어붙은 땅 속에 뿌리를 고정시키
고 버티고 있는 겨울 나무를 볼 때마다, 벌거벗은 가지들이 말하는 표정이 더 진하게 와 닿는다.
마치 '너를 만나려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단다'라고 말을 하는 것 같다.
겉 옷을 벗어버린 맨 골격으로 '그리웠다, 보고 싶었다' 웅웅거린다.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그리움이 익고 익은 누군가에게 내 자신을 다 드러내는 일'인가 보다.
만남의 소중함을 아름다움으로 피우기 위해 순백의 꽃가루가 가지 위 마다 살포시 내려 앉았다.
안다, 오래지 않아 하얀 꽃들이 질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겨울 나무가지 위 하얀 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기나긴 그리움을 온 몸 구석 구석, 메마른 표피를 적시고 녹이어 화석으로 남는 것'이라는 것을.
투정 한 마디 없이 약속의 샘으로 다시 찾아 가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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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항상 그리움과 기다림의 고통으로 뒤틀린 가지와 이야기 하는 나.
겨울 나무에 언제나 시선과 발길을 멈추는 나.
아마도, 겨울 나무는 '나' 인지도 모른다.
겨울 나무에 더욱 눈이 간다는 그녀가 있어 행복한 겨울이다.
< 2017년 2월 2일 같이 외출 중 ' 나뭇가지 선이 예쁘다.' 한 마디 듣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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